AUNE AR5000 유선 헤드폰 - 오픈형 레퍼런스의 새로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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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기기/헤드폰

AUNE AR5000 유선 헤드폰 - 오픈형 레퍼런스의 새로운 기준

by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6. 5. 23.

최근 들어 다시금 유선 기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유선에서 벗어나 무선으로 시선을 돌린 지 약 4~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그 시간 동안 수십 개의 기기를 바꿔가며 음악을 들어도 최근 들어서는 다시금 유선 기기를 기웃거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무선이 주는 편리함은 이동할 때 빛을 발하지만 실내에서의 음악 감상에서는 확실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B&W PX8 S2를 6개월 여 사용하고 있으면서 그 절충점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여전히 특화된 성능을 보이는 유선 기기가 가진 매력을 잊지 못해 자꾸 이런저런 유선 기기를 기웃대게 됩니다.

AUNE의 AR5000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특화된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저의 시선을 자꾸만 사로잡는 제품입니다. 운이 좋게도 셰에라자드의 "Hi-Fi 사운드를 렌탈하다!" 이벤트를 통해 약 2주의 시간 동안 대여를 받아 사용하게 되어 소개해 봅니다. AUNE AR5000이 어떤 제품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AUNE AR5000는 비교적 커다란 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중급기에도 끼기 힘든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박스 크기나 구성을 보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겉 상자에는 제품 이미지가 풀컬러로 인쇄가 되어 있고, 속박스는 두꺼운 종이로 되어 있습니다. 이미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탓에 속상자가 많이 상했지만 그래도 완충재가 충분히 들어가 있는 덕에 제품은 아주 안전하게 배송이 되었습니다. 제품은 구릿빛 보자기에 싸여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제품의 급수가 한 등급은 더 올라간 듯 느껴집니다. AUNE에서 '이거 우리가 신경 쓴 제품이야'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제품 구성

AUNE AR5000의 제품구성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블루투스 헤드폰과는 다르게 딱히 구성이랄 게 없습니다. 헤드폰과 3.5mm to 3.5mm 케이블이 들어 있고, 금색 6.3mm 변환 어댑터가 들어 있습니다. 케이블의 길이는 1.5m로 짧은 편입니다. 케이블은 검은색 직물로 싸여 있어서 티는 안 나지만 무산소 구리선입니다. 

케이블

AUNE AR5000에서 기본 제공하는 케이블은 헤드폰 양쪽에 각각 꽂을 수 있는 3.5mm 단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용성이 매우 높은 규격이어서 호환 케이블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기본 입력 단자 역시 3.5mm여서 저는 테스트를 위해 역시 AUNE에서 출시한 4.4mm 밸런스드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을 했습니다. 현재는 무선 이어폰/헤드폰에 집중하고 있지만, 유선 기기도 다양하게 테스트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밸런스 케이블을 하나 구입해 놔야겠다 싶어 이 참에 구입을 했습니다. 4.4mm 밸런스 케이블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언밸런스 케이블이긴 해도 AUNE AR5000와 매칭이 아주 좋아서 밸런스 케이블이 아닌 이상에는 별도의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할 필요는 없을 정도입니다. 아쉬운 건 1.5m 길이 뿐입니다.

헤드폰 본체

AUNE AR5000는 상당히 고급스런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금속성의 느낌인데 실제로 금속이 사용된 부분은 헤드밴드 정도이고, 눈에 보이는 대부분은 가죽과 플라스틱입니다. 특히 황동색 이어컵은 도색을 상당히 잘해서 만져 보기 전까지는 금속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느낌이 좋습니다.

AR5000의 힌지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까지의 각도까지만 돌아갑니다. 이어컵을 90도 돌려서 목에 착용할 때 패드를 가슴쪽을 향하게 한다든가 하는 모양을 만들진 못합니다. 다소 아쉽긴 합니다만, 어차피 제품 자체가 오픈형이라 실내용 컨셉트이고, 사용자의 두상에 맞도록 돌리는 데까지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이걸 단점이라고 표현하긴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필립스 X2HR은 같은 모니터링 목적의 헤드폰임에도 힌지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것에 비하면 저 정도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벌써 납득해야 하는 수준이니까요.

이어컵

AUNE AR5000의 이어컵은 언뜻 평판형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가로로 줄이 있는 이어컵 디자인을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평판형 디자인'으로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AUNE AR5000은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했음에도 평판형의 음질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저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어컵에는 'High Definition MLD Driver' 라고 인쇄가 되어 있습니다. 고해상도야 당연히 마케팅적인 문구라고 쳐도 MLD 드라이버는 AR5000이 가지고 있는 소리적 성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실질적 열쇠입니다. Multi Layer Distributed, 즉 다층 분산형 드라이버는 대형 드라이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드라이버가 커지면 커질수록 진동판이 균일하게 움직이는 일관성이 떨어지는 '분할 진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분할 진동은 당연하게도 노이즈를 발생시키거나 소리의 왜곡을 유발합니다. 모니터링 목적 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 감상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진동판의 각 레이어마다 소재를 다르게 해서 분할 진동을 억제하는 다층 구조를 적용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역 재생에 한계가 있는 평판형 드라이버와 달리 50mm 대형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한 덕에 5Hz부터 시작하는 극저역을 얻을 수 있었고, MLD 구조 덕분에 40KHz의 고주파에도 대응하는 드라이버 성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MLD 드라이버는 50mm 라는 대형 진동판을 사용하면서도 왜곡과 노이즈 없는 소리를 만들어 낸 AUNE AR5000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착용감

 

AUNE AR5000는 헤드폰을 착용했을 때 얼굴 방향의 패드가 얇고, 머리 뒤쪽의 패드가 두껍습니다. 이렇게 한 건 착용감에 있어서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귀를 가운데 두고 얼굴 방향이 그 뒤쪽보다는 좌우폭이 넓기 때문에 이어패드 전체적으로 거의 균일한 압력이 걸려서 얼굴을 누르는 압박이 거의 없습니다. 소리를 위해 드라이버도 비스듬하게 설계를 했는데 이어패드까지 이렇게 되어 있으니 4~5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편안했습니다.

편안한 착용감에는 헤드밴드에 있는 폭이 엄청 넓은 가죽 패드도 한몫을 합니다. 350g이라는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은데, 비슷한 무게의 에어팟 맥스가 손오공의 긴고아 느낌에 조금만 사용하다 보면 머리에 만근추를 시전하는 것에 비하면 그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에어팟 맥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5시간 연속 재생도 가능합니다.

< 에어팟 맥스의 만근추, Thanks to GPT >

AUNE 4.4 밸런스 케이블 포장

AUNE AR5000 테스트를 위해서 AUNE에서 별도로 판매중인 4.4mm 케이블을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약 8만 원대 후반인데 포장 상자가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외부 충격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상단 부분은 쿠션감이 있습니다.

AUNE AR3 케이블

AUNE AR3 4.4mm 케이블은 기본 제공하는 3.5mm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무산소 구리선입니다만, 케이블의 외피를 TPE 소재로 투명하게 처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품은 상자 안에 진공포장이 되어 있네요.

AUNE AR5000를 AR3에 연결해서 들어 보면 밸런스 케이블이어서 출력이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좋아지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확실히 출력은 높아졌지만 저는 기본 3.5mm 케이블로도 충분히 좋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밸런스 케이블로 연결하고 더 큰 음압으로 소리를 출력하니 고음역대의 소리가 다소 날카롭게 들려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건 사람마다의 차이가 있는 걸 테니 기본케이블이 너무 무난하고 심심하게 들리시는 분들에게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소리

AUNE AR5000는 몇 년 동안 무선 헤드폰만 써오던 저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소리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플랫한 편이고, 저역부터 고역까지 전대역에 걸쳐 시원하고 개방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특히 보컬이 상당히 강조가 되어 들리는데 특히 여성 보컬에서 개방감이 특징적으로 잘 들립니다. 저역이 과하지 않고 응답도 빠른데 전대역에 걸쳐 해상력이 좋아 생김새처럼 평판형 헤드폰의 사운드를  벤치마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한 모니터링 성향의 헤드폰이 플랫한 소리를 들려 주려고 애를 쓸 때 AUNE AR5000은 보컬을 가까이 붙이고 고역쪽을 더 열어서 상당히 개방적인 소리를 들려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AUNE AR5000은 28오옴의 낮은 임피던스를 가짐으로써 헤드폰 앰프가 없어도 헤드폰을 울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작은 꼬다리 DAC로도 충분히 출력을 내며, 맥북프로의 3.5mm 단자에 꽂아도 60~70% 정도의 볼룸만 올려도 충분한 음압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소리의 장점

AUNE AR5000의 소리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넓은 스테이징입니다. 좌우폭을 상당히 넓게 벌려서 소리를 내 줌으로써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보컬을 제외하고는 스피커에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스테이지가 넓은 건 비단 좌우폭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악기간의 뎁스 표현도 상당히 자연스럽고 훌륭합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연주자들의 위치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간감을 표현할 때 가장 즐겨 듣는 노래로 브루노 마스의 Leave the door open이 있습니다. 그 동안 가장 공간감을 잘 표현해 준 것은 야마하 사운드바 TrueX 50A 사운드바+리어채널 시스템 조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리어채널이 있다 보니까 리어 채널 세팅을 잘 하면 소리가 360도 공간을 감싸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AUNE AR5000는 야마하 사운드바에서는 얻기 힘든 음악을 듣는 맛이 있는 데다가 탁월한 공간감 덕분에 눈을 감고 있으면 야마하 사운드바 시스템보다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피커를 설치한 듯 음악 감상이 가능했습니다.

저역대와 중역대는 다이나믹이 좋아서 사운드의 펀칭감이 아주 잘 느껴지고, 소리의 공간 이동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케데헌 OST 중 What it sounds like 후반부에는 드럼 사운드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좌우 패닝이 굉장히 극적입니다. 이런 표현력은 위대한쇼맨 OST 중 This is me 라는 곡에서도 나타납니다. 1분 50초 정도 지점에서 "For we are glorious~" 라는 가사가 끝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쒜에엑 하는 소리가 역시 패닝이 되는데 어지간한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에서는 이 소리가 양쪽 관자놀이 정도에서 시작해서 끝나지만 AUNE AR5000는 오른쪽 귀 너머에서부터 왼쪽 귀 너머까지 패닝 거리와 범위가 2배 이상 늘어난 느낌을 줍니다.

AUNE AR5000를 들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 음악이 들려 주고 싶은 것, 들려 주어야 하는 것을 광활한 규모로 펼쳐서 들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리의 단점

AUNE AR5000 역시 단점은 있습니다. 단점이 없는 음향기기는 거의 없으니까요. AUNE AR5000는 저역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극저역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클래식에서 사용하는 큰북(Concert Bass Drum)의 깊고 강한 저역의 표현은 다소 아쉬운 편입니다. Queen의 Face It Alone 이라는 곡 초반부에도 큰북이 사용되는데 극저역이 강조되는 드비알레의 제미니2 같은 이어폰에서는 밑도끝도 없이 떨어지는 극저역의 울림으로 들리는 이 부분이 꽤나 심심하게 들립니다.

AUNE AR5000는 보컬이 상당히 가깝게 들리고 강조가 되어 있는데 치찰음은 거의 들리지 않지만 파열음이 귀를 찌르게 들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음악을 크게 듣기 위해 볼룸을 높이거나 하이게인으로 동작하게 되면 여지없이 ㅂ,ㅍ 발음에서 살짝씩 인상을 찌푸리게 되곤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다시 볼룸을 낮추거나 로우게인으로 사용하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연주곡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보컬 중심 곡에서는 큰 볼룸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총평

AUNE AR5000는 40만 원대에 판매중인 오픈형 레퍼런스 헤드폰입니다. 전형적인 오픈형 디자인이지만 언뜻 보면 평판형 헤드폰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1개의 50mm 지름을 가진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했지만 사운드 성향도 평판형 헤드폰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이나믹 드라이버치고는 극저역이 살짝 빠지지만 그만큼 빠른 응답이 가능한 세팅입니다. 보컬이 상당히 가까이 들리면서 힘이 있어서 보컬 모니터링하기에 꽤 좋은 편이지만, 볼룸을 높이면 파열음에도 같이 힘이 실리면서 귀를 자극하게 되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음의 구분감, 좌우 공간감, 깊이감 등 뮤지션이 음악을 만들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잘 표현해 주는 기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나 40만 원대의 가격에 별도의 헤드폰 앰프 없이 작은 꼬다리 DAC 하나만 있어도, 혹은 맥북 프로 사용자는 그조차도 필요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소리를 내 주기 때문에 추가비용 고려 없이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AUNE AR5000은 모니터링 목적으로도 좋지만 음악 감상용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 줍니다. 집에서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분들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스피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도 그것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제품으로서 AUNE AR5000를 추천합니다.

 

해당 후기는 네이버 셰에라자드 카페의 "Hi-Fi 사운드를 렌탈하다!" 이벤트를 통해 대여 받은 제품을 2주 가량 사용하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셰에라자드로부터 제품은 대여 받았지만 리뷰 내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건이나 조언, 마케팅 문구 사용 요구 없이 자유로이 작성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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