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X2HR 모니터링 헤드폰 - 10만원이 들려 줄 수 있는 놀라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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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기기/헤드폰

필립스 X2HR 모니터링 헤드폰 - 10만원이 들려 줄 수 있는 놀라운 음악

by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6. 6. 1.

필립스는 많은 음향기기를 만듭니다. 보다 정확히는 정말 많은 전자기기를 만드는데 그 중에 음향기기도 포함이 되어 있는 겁니다. 물론 필립스 본사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이미 다른 회사로 넘어가서 애매해진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가성비가 정말 훌륭한, 대기업이 아니면 내놓을 수 없는 수준의 가격으로 음향기기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필립스는 야마하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야마하는 피아노 수리업체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하나둘 라인업을 넓혀 나가더니 이제는 산업용 로봇과 헬기, 드론까지 만들고 있는 문어발 기업의 표상이고, 필립스는 전구와 필라멘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전문 의료기기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필립스는 야마하와 다르게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유통, 전자기기 사업부를 팔아 넘기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필립스는 안 만드는 거 없이 다 만드는 회사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또 두 회사의 공통점이라면 그렇게 정신나간 라인업의 제품을 출시하면서도 무엇을 사든 기본적으로 중상급의 성능은 보여 준다는 점이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회사들입니다.

이런 걸 감안하면 필립스의 아주 오래된, 10년이 훌쩍 넘은 X2를 계승한 헤드폰은 어떤 소리를 들려 줄지 기대가 됩니다. X2HR은 기존의 X2에서 High-Res 인증을 받은 마이너 업데이트 모델로서 기본적인 사운드 세팅은 거의 같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면서 '검증된' 모니터링 헤드폰인 필립스 X2HR은 어떤 제품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필립스 X2HR은 저렴한 가격에 맞지 않게 포장 상자가 상당히 큽니다. 상자 크기만 보면 10만 원이라는 가격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러다가 제품을 꺼내면 아, 이래서 저렴하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겉상자를 벗겨내면 안쪽에 운동화 상자 같은 느낌을 주는 속상자가 있습니다. 속상자를 열면 육중한 느낌의 헤드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구성은 상당히 간단합니다.

구성품

필립스 X2HR은 저렴한 가격만큼 구성도 단순합니다. 헤드폰, 3.5mm to 3.5mm 케이블, 3.5mm to 6.3mm 어댑터, 풀컬러 인쇄된 매뉴얼이 있습니다. 케이블은 길이가 꽤 깁니다. 약 3m 짜리여서 다른 유선 헤드폰에 비해서 상당히 긴 편입니다. 영화 감상이나 음악 작업을 할 때 케이블 길이가 짧아서 불편을 겪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평소 사용 때는 너무 길어서 '이걸로 줄넘기를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헤드폰 유닛

필립스 X2HR의 유닛은 50mm 크기의 대형 네오디뮴 드라이버를 채용했습니다. 이전에 봤던 AUNE AR5000 드라이버 역시 50mm였고, 멀티레이어 방식으로 드라이버의 진동에 균일성을 잡아 주려고 했었는데, 필립스 X2HR 역시 멀티레이어 폴리머 다이어프램을 써서 소리의 균일성을 잡아 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드라이버에 적용된 기술 자체는 AUNE AR5000에 사용된 MLD 방식이 분할진동을 억제하는 데는 더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필립스 X2HR에서 사용된 3층 레이어 기술은 두 장의 폴리머 진동판 사이에 촉매층을 끼워서 고주파 영역에서의 불필요한 진동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아무래도 구형 세대에서 썼던 기술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최근 1,2년 새 출시된 제품과 10년이 넘은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1:1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가격대 자체가 4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 두 제품 간에 기술적 차이가 없다고 하면 AUNE가 반성해야겠죠.

필립스 X2HR는 왼쪽 유닛에만 3.5mm 단자가 있고, 오른쪽 유닛에는 별도의 단자가 없습니다. 왼쪽에서 신호를 받아 오른쪽까지 같이 재생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구조가 단순해지기는 하지만 4.4mm 밸런스드 케이블을 쓸 수가 없습니다.  필립스 X2HR의 임피던스가 32오옴이어서 굳이 밸런스드 케이블이 필요 없어도 기기를 구동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걸 단점이라고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오히려 보통의 경우 3.5mm, 6.3mm 단자만 해도 충분할 겁니다.

헤드밴드

필립스 X2HR는 내부 헤드밴드가 상당한 탄력이 있어서 어지간한 머리 사이즈로는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만, 단가 상의 이유에서인지 외부 해드밴드는 이어컵과 연결된 부분이 고정형이라 더 이상 넓혀지지 않습니다. AUNE AR5000이 헤드밴드가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고정형인데 외부 헤드밴드의 힌지가 슬라이드 방식으로 머리 크기를 조정하는 것과는 반대입니다. 내부 밴드에 신축성이 있는 필립스 X2HR을 장시간 착용하면 확실히 AR5000에 비해서는 정수리 부근과 관자놀이에서 귀 아래 턱까지의 부분에 압박감이 다소 느껴집니다. 한두 시간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무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필립스 X2HR 착용감의 문제는 힌지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힌지가 고정형이라 단 1도도 좌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귀의 뒤쪽 아래 부분이 살짝 떠서 저음이 약간 샙니다. 헤드폰을 정상적인 착용 위치보다 얼굴쪽으로 약간 더 당겨야 제대로 된 저음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단 몇 도만이라도 유닛이 움직이면 좋겠는데, 10만 원짜리 헤드폰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죠.

소리

필립스 X2HR는 오픈형 모니터링 헤드폰치고는 저음이 풍성하게 나오는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AUNE AR5000이 중저역부터 보컬 영역에 이르는 부분이 강조된 것과 다르게 필립스 X2HR은 중저역 이하의 극저역 부분까지 소리가 제법 풍성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모니터링 헤드폰이라고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음악을 듣는 중간중간 들기도 합니다. 필립스 X2HR은 오히려 음악 감상용 헤드폰에 더 가깝게 들립니다. 물론 해상력이 좋고, 오픈형 헤드폰답게 고역이 시원하게 열려 있어 공간감도 넓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의 형태가 극저역을 포함한 저역대가 다소 많이 들리다 보니 모니터링 목적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다양하게 몇 곡 더 들어 보니 저역대가 과하게 부풀어 있는 게 아니라 보컬 영역대를 포함한 중역대가 뒤로 한 발 물러서 있는 듯이 들려서 저역을 더 부풀게 느껴지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헤드폰에는 보컬 중심의 곡이 아니라 락이나 메탈 같은 밴드 음악이 아주 찰떡입니다. 락보컬은 기본적으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샤우팅을 보여 주기 때문에 팝이나 R&B 같은 곡에서는 과하게 들렸던 저음과 고역이 오히려 밴드 음악을 들을 때는 아주 적절한 밸런스로 들렸습니다.

소리의 장점

필립스 X2HR을 듣다 보면 이게 진짜 10만 원짜리 헤드폰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형 드라이버에서 만들어내는 저역의 펀칭감은 오픈형 제품으로서는 만나기 힘든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10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역의 응답이 제법 빠른 편이어서 더블킥과 베이스 라인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들려 줍니다. 보급형 모델에서 가장 구별하기 힘든 소리가 더블킥이라고 부르는 빠른 베이스 드럼과 베이스의 속주 대결인데 필립스 X2HR은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저역 레벨에서의 구분감은 좋은 편입니다.

고역에서도 치찰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고역을 아주 잘 전달해 주고 있어서 오랜 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의 피로감이 크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컬 영역이 다소 멀게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가 꽤 좋은 편입니다. 특히나 저역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제품은 모니터링 목적이 아니라 음악 감상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밀폐형스러운 저역과 오픈형의 고역을 하나의 제품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소리의 단점

필립스 X2HR은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을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의 소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격을 떼고 냉정하게 제품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자면 앞서 장점에 넣었던 저역의 해상력은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상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펀칭감은 좋지만 때린 후에 잔향이 오래 남는 편이어서 비슷한 영역대의 사운드가 뒤엉켜서 나오는 음악에서는 악기를 완전히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들었던 KORN의 노래를 다시 들어 봤는데 초반 부분에서는 악기간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베이스가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공간감은 넓지만 정위감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악기 간의 위치가 뚜렷한 곡들도 있지만 악기가 복잡하게 등장하는 곡에서는 정확한 위치값이 나오지 않고 소리가 뭉뚱그려서 그려집니다. 이런 면에서는 제품의 한계도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총평

필립스 X2HR은 평소 판매 가격이 12만 원, 수시로 있는 공동구매나 할인판매 등을 이용하면 9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모니터링용 헤드폰입니다. 50mm 대형 네오디뮴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사운드에 여유를 더했으며, 3.5mm 단자를 채용하고 있어서 보통의 기기에 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4.4mm 단자보다는 3.5mm 단자를 가진 제품이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꽂기에 수월하기 때문에 호환성이 높습니다. 머리 크기에 맞게 헤드밴드가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필립스 X2HR의 소리를 들어 보면 가격대를 다시 한 번 되물어 볼 만큼 훌륭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가격을 얘기하지 않으면 보통의 음악을 들을 때 만족도가 크게 다가오는 제품입니다. 가격을 알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되겠죠.

뭘 만들든 중간 이상은 하는 필립스에서 내 놓은 제품인 만큼 기본기는 확실히 갖추었고, 극저역에서부터 초고역까지 어디 한 군데 크게 모자라는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보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보컬 영역이 한 발 뒤로 물러서 있고, 저역의 디테일이 살짝 아쉬운 면은 있지만 전투형으로 사용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성능을 보여 주는 게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고가의 유선 헤드폰을 구입하는 것에 부담이 있는 분들이 유선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고려해 봄직한 제품으로, 간단하게 음악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예비 뮤지션이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할 때 필립스 X2HR을 첫번째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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