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유선이어폰을 번갈아가면서 여럿 들어 보고 있습니다. 한번에 5개의 이어폰을 구입해서 이것저것 번갈아가면서 소리를 비교하다 보니 하나만 꾸준히 들었을 때보다 확실히 비교가 잘 되고, 제품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서 후기를 작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젠하이저의 IE300입니다.
젠하이저 IE300은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출시 때의 가격보다 거의 반값인 2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동생 모델인 IE200보다 훨씬 오래 되었는데 과연 IE200과의 비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 젠하이저 IE300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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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300의 겉상자는 여느 젠하이저 제품들과 마찬가지의 디자인입니다. 참 한결같습니다. 독일의 고집이겠죠. 유무선, 이어폰/헤드폰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디자인 컨셉트를 가지고 있고, 달라지지 않는 건 분명 그 회사의 고집일 테지요. 그걸 좋게 받아들일지 안 좋게 받아들일지는 사용자의 몫일 겁니다.
젠하이저 IE300는 동생 모델인 IE200보다 구성품에서 비싼 값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저렴하게 나온 제품과 시간이 지나 저렴하게 가격대를 낮춘 제품 간의 차이인 거겠죠. 물론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은 구성품을 바꿈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거나, 혹은 판매가를 방어하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젠하이저는 역시나 한결 같습니다. 이 역시 독일의 고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품 구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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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넓어서 끈으로 조이는 복주머니 스타일의 파우치를 제공하는 IE200과 달리 IE300은 지퍼가 달린 제대로 된 파우치를 제공합니다. 몇 만 원을 더 준 보람이 있네요. 하드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복주머니보다는 확실히 상급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젠하이저 IE300는 3가지 크기를 가진 2종류의 이어팁을 제공합니다. 폼팁 재질은 저음을 강하게 해 주기는 하는데 착용감에서 불편함을 주고, 실리콘 이어팁은 부드러워서 착용감은 좋지만 밀착력이 약해 저음이 많이 새는 느낌이 납니다. 사용자마다 이어팁에 따른 음질, 음색 차이를 체감할 정도여서 어떤 게 낫다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저음만 안 샌다면 실리콘 이어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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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300는 IE200과 달리 꽈배기 형태가 아니라 코팅이 된 케이블을 제공합니다. 음질면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IE300은 이 케이블이 전체적인 점수를 다 까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꼬임이 심할 뿐더러 약간 끈적이는 느낌이 있어서 이어폰 유닛이 걸려 있으면 달라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두 바퀴만 꼬여도 이어폰 줄을 푸는 데 한참의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게다가 케이블이 터치 노이즈에도 민감하기까지 합니다. 유선 이어폰 특성상 이동중에는 옷이든 가방이든 어딘가에 닿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스윽 스윽 사악 사악 하는 소음이 계속 들립니다. IE300을 구입하실 분들은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하는 것까지 고려를 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음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출시된 지 이미 수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케이블을 교체하지 않는 것 역시 독일의 고집인 거겠죠.
이어폰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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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300는 IE200과 마찬가지로 1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만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닛의 크기가 상당히 작고, 앞에서 보면 이어폰 유닛이 귀에 들어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이어폰 줄을 귀 뒤로 넘겨서 다시 앞으로 빼지 않고, 가수가 착용하는 인이어처럼 등뒤로 빼서 기기에 연결하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음악을 들어도 선생님이 알아채기 힘들 정도입니다. 뿔테 안경까지 착용한다면 거의 다 왔습니다. 그까짓 수업 들어 뭐합니까. 어차피 듣지도 않아서 꾸벅꾸벅 조느니 음악을 듣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겁니다.
소리
젠하이저 IE300은 IE200과 사운드 세팅이 사뭇 다릅니다.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IE200이 플랫함을 기본으로 모니터적인 성향을 가진 것에 비해 IE300은 저역과 고역이 V자 내지 U자로 많이 부풀어 오른 소리를 들려 줍니다. 음악을 듣기에는 좋다고 하던데 보컬이 뒤로 많이 물러나 있어 전체적으로 소리가 답답하게 들립니다. 이어팁에 따른 밀폐가 중요한 건 IE200이나 IE300이나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러나 소리 자체만 놓고 보면 IE200에 비해 소리가 답답하게 들립니다. 특히 보컬 쪽의 소리가 그렇게 들리는데 처음엔 이어팁의 문제인가 했습니다만 이어팁을 여러 가지 바꿔 봐도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역이 다소 뭉툭하게 표현되는 특성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간감 표현까지 안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공간감은 제법 잘 표현해 줍니다. 샤~~~한 소리와 함께 전체적인 무대감을 넓게 활용하는 것은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정작 무대만 넓을 뿐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 것 때문에 넓은 스테이징이 가진 장점을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넓은 무대에서 연주자들은 연주를 하고 있는데 오직 가수만 무대 뒤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젠하이저 IE300은 케이블의 터치 노이즈가 매우 심합니다. 1990년대 이후로 이렇게 터치 노이즈가 심한 케이블을 가진 유선 이어폰은 오랜만에 봅니다. 어지간한 노이즈야 유선이니까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건 젠하이저 개발자 중 한 명이 타임슬립을 해서 30년 전에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을 그대로 들고 와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음악을 듣는 내내 케이블에 무언가 닿으면 사악사악 하는 소리가 음악과 거의 비슷한 볼룸으로 침투해 들어 옵니다. 연주자든 보컬이든 그 모두를 사악하게 만드는 제품입니다.
원래는 제가 음향기기를 정리할 때 소리의 특성을 먼저 쓰고, 다음에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 쓰는 편인데 이 제품은 그렇게 쓸 이유가 없더라고요. 장점이 거의 없이 단점만 부각됩니다. IE200을 안 들었으면 모르겠는데 IE200을 듣고 나니 이런 밸런스와 해상력이라면 IE200이 더 낫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총평
젠하이저 IE300는 20만 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음악감상용 이어폰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제품에 대한 정보와 후기는 충분히 많이 쌓여 있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추천하기도 하는 제품이지만 저는 2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주고 구입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비추천에 더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오래 된 제품이어서 음질(해상력, 밸런스) 부분에서 동생인 IE200보다 떨어집니다. 물론 저역이 더 도톰하게 올라와 있고, 고역대의 소리도 열려 있어서 음색이라는 측면에서는 IE200보다 흥겨운 소리를 들려 주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컬 영역에서 답답한 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옹호를 해 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비교 대상을 IE200이 아니라 비슷한 가격의 다른 제품과 비교를 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심각하게 벌어집니다. 나는 독일제를 써야겠어 라는 결심이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20만 원 주고 다른 중국산 음향기기(일명 차이파이) 제품을 구입하는 게 음악 감상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뿔테 안경 쓴 학생이 수업중에 들을 거라면 IE300 추천합니다. 주변소리 듣기 기능은 없으므로 선생님이 불러도 대답 못 하는 건 어디까지나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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