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어폰을 이것저것 테스트하면서 가끔은 과연 비싼 제품만이 정답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건 무선 이어폰이나 스피커 같은 다른 음향기기에서도 갖게 되는 궁금증인데, 대부분의 경우는 비싼 제품이 더 좋긴 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같은 브랜드 내에서의 비교에서나 절대적이지, 다른 회사의 제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가끔은 나오기도 합니다. 그게 오디오 기기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최근 제가 구입했던 FOSI가 있고, WIIM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예 거의 술 먹고 난동부리며 시장 물을 흐리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아저씨 같은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필립스입니다. 필립스는 거의 모든 전자 제품을 만들면서 거의 모든 제품을 기본 이상 성능을 보여 주는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게 출시해서 음향 시장에서 깽판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알아 볼 필립스 TAE7009 유선 이어폰 역시 그런 포지션입니다. 판매가 4만 원대, 공동구매가 진행되기라도 하면 3만 원대에 판매가 되는 필립스 TAE7009가 얼마나 심각한 갱스터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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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원대의 이어폰의 구성치고 필립스 TAE7009는 꽤 괜찮은 포장 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장재는 전부 종이 재질이며 기본은 1도 인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컬러 인쇄가 된 스티커를 붙여서 단가 인상을 최소화한 것이 눈에 띕니다. 비록 필립스의 음향 부분이 다른 회사로 인수가 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제품 개발이나 디자인 작업 등은 헤드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런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힘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구력이 오래된 기업임은 분명합니다.
필립스 TAE7009의 제품 구성에는 특이하게도 USB to 3.5mm 꼬다리DAC가 들어 있습니다. 4만 원짜리 이어폰에서 꼬다리라니 이거 역시 가격을 무시한 결정입니다. 이러니까 제가 깽판친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상도의가 없습니다.
제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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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E7009는 이어폰 줄이 상당히 얇은 편이지만 그래도 2줄이 꽈배기처럼 꼬여 있어서 터치 노이즈도 없고, 단선의 염려도 적은 편입니다. 오히려 직전에 후기를 썼던 젠하이저 IE300의 이어폰 줄보다는 훨씬 좋게 느껴졌습니다. 음악을 전송하는 능력에서야 IE300의 줄이 좋을 수 있겠으나 백날 음악 전송을 잘 한들 터치 노이즈가 훨씬 큰 잡음을 만들어 내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실제 데이터 전송이 시원치 않더라도 보급형 제품에서 이 정도 케이블이면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이어팁은 실리콘 재질을 3가지 크기로 제공하고, 단일 사이즈의 폼팁을 제공합니다. 저에게는 폼팁이 다소 작아서 소리가 실실 새길래 그냥 실리콘 팁을 끼웠는데 실리콘 팁도 재질이 딱딱한 편이라 밀착력이 좋아서 딱히 폼팁에 대한 아쉬움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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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제공하는 USB 꼬다리를 연결해서 이어폰을 꽂으면 맥북에 기본으로 연결하는 것에 비해 볼룸을 높여야 합니다. 꼬다리는 16비트 48KHz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고음질로 음악을 듣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핸드폰이나 태블릿 등 3.5mm 커넥터가 없는 디지털 기기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할 겁니다. 대부분 보급형 유선 이어폰에서는 아예 제공하고 있지 않는데 기왕 주는 거 고음질 DAC 꼬다리로 주지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3.5mm 단자가 있으면 그걸로 듣는 게 소리는 더 좋습니다.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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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E7009는 4만 원대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제품 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3.5mm 케이블은 90도 꺾여 있어서 커넥터와 케이블 단선에 보다 유연하고, 꽂고 뺄 때도 수월하게 해 줍니다. 스플리터에도 커넥터나 이어폰 2핀 단자와 마찬가지로 금색이 칠해져 있어서 고급감을 줍니다. 잘못 쓰면 상당히 싸구려처럼 보여서 금색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필립스 TAE7009는 금색과 황동색의 중간쯤 어딘가에서 절충을 잘 해서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칭찬합니다. 필립스.
유닛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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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E7009의 유닛은 1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장착하고 있어서 사이즈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어팁을 끼우는 노즐의 요철이 꽤 큰 편입니다. 이어팁을 꽂을 수 있는 홈이 깊게 파여 있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데 기본 제공하는 이어팁이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다 보니 사용자에 따라서는 귀에 꽂았을 때 다소 불편함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소리
필립스 TAE7009는 가격을 생각하면 도저히 깔 수 없는 소리를 내 줍니다. 저역부터 고역까지 어디 한 군데 튀는 곳 없이 상당히 플랫한 소리를 내 줍니다. 그리고 놀랄 만큼 공간감도 넓습니다. 치찰음도 거의 없어서 듣는 내내 이게 4만 원이 맞나? 이걸 이 가격에 파는 건 정당한가? 공정한 게임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을 찾자고 덤비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오겠지만, 그런 건 이것보다 최소 5배는 더 준 제품에서나 할 법한 소리고, 이 가격에 판매하는 제품에 할 얘기는 아닙니다.
소리의 장점
필립스 TAE7009의 거의 독보적인 장점은 이 가격대에 판매하는 제품 뿐만 아니라 이것보다 서너 배 더 비싼 가격대에 위치한 제품보다 훨씬 더 플랫한 소리를 들려 준다는 것입니다. 보컬이 상당히 가까이 들려서 보컬 위주의 모니터링에서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악기 간의 좌우 폭이 넓어서 공간감도 잘 뽑아 주는 편입니다. 비교적 보컬을 중심으로 해서 꽤나 정직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소리의 단점
워낙 저렴한 제품이어서 굳이 단점을 뽑아야 하나 싶긴 한데,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극저역의 표현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고, 중역이나 고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역의 해상력이 아쉽습니다. 빠르고 다이나믹한 저음이라기보다는 다소 무디고 펀칭감은 떨어집니다. 무대의 좌우감은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앞뒤 공간감, 즉 뎁스의 표현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밴드 음악을 들으면 전 멤버가 일직선 상에서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이건 이보다 몇 배 더 비싼 제품을 기준으로 한 평가입니다. 4만 원대에 꼬다리까지 주는 제품에서 이런 것까지 기대하면 안 되는 거죠. 필립스 TAE7009는 제 값 이상을 해 주고 있으니까요. (냉정하게 필립스 TAE7009와 젠하이저 IE300 중에 뭐 살래 한다면 저는 그냥 필립스 TAE7009 선택할 겁니다. 하나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게 좋고, 하나는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시원치 않아서 필립스 TAE7009를 선택하고 그 차액으로 괜찮은 꼬다리DAC를 사겠습니다)
총평
필립스 TAE7009는 4만 원대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유선 이어폰입니다. 만드는 모든 기기에서 평타 이상을 해 주는 필립스가 맘 먹고 만들면 어떤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제품입니다. 비록 그 성능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USB C 단자와 연결해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USB 꼬다리 DAC를 기본 제공하는 것도 필립스 TAE7009가 가진 장점입니다.
전체적으로 모니터링 이어폰답게 플랫하면서도 좌우 공간감이 꽤 넓은 소리를 들려 주고, 보컬이 한 발 앞으로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있어 보컬 모니터링 하기에 아주 좋은 제품입니다. 치찰음이 없으면서도 고음역대의 소리도 놓치지 않고 잡아 주는 편이라 20만 원대 이상의 무선 이어폰보다도 더 좋은 소리를 들려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보급형 제품이다 보니 저음역대의 아쉬운 다이나믹 때문에 저역 해상력이 아쉽고, 앞뒤 뎁스 표현이 다소 떨어지는 건 보급형 제품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필립스 TAE7009는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유선 이어폰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니터링 성향의 유선 이어폰을 구입할 때 단연코 1순위로 올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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