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키위이어스의 CADENZA를 구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보급형 이어폰 브랜드가 하나 새로 나왔구나 싶기도 했고 producer dk 님 채널에서 dk님께서 극찬을 하셨던 제품이어서 궁금증에 구입을 했었더랬지요. 지금 이전의 블로그에도 써 놓기는 했었는데 십만 원도 안 하던 제품을 만들던 키위이어스가 제품이 하나씩 출시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판매 단가를 높이더니 이제는 70만 원대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현재는 5만 원~ 70만 원대까지 거를 타선 없이 빼곡하게 제품 라인업을 채워 놨습니다. 이제는 10만 원대, 20만 원대 가릴 것 없이 그 가격대에 맞는 키위이어스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70만 원대의 키위이어스는 어떤 맛을 보여 줄지, 이름처럼 강렬한 펀치를 저에게 먹일 수 있을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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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이어스 PUNCH는 전형적인 키위이어스 디자인입니다. 제품 상자만 보면 이게 70만 원짜리인지 7만 원짜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와이안 배드 보이(HBB)와 튜닝 콜라보하면서 삥을 제대로 뜯긴 걸까요? 제품 포장만 놓고 보면 전혀 그 가격대의 제품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포장지는 처음 구입하고나면 나중에 중고 판매할 때나 한 번 열어 보는 게 고작이기 때문에 '실용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별로 상관을 안 하지만 포장재에 실망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이어폰은 소리가 그 가격대에 맞느냐가 중요하지, 포장재가 그 가격대에 맞느냐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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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이어스 PUNCH의 제품구성 역시도 70만 원대에 걸맞은 모습은 아닙니다. 구성품으로는 직물 재질로 되어 있는 케이스, 3쌍의 단일 실리콘 이어팁, 필터 2쌍이 내장되어 있을 뿐입니다. 동봉된 케이블은 PVC 코팅이 된 단결정 구리선인데 3.5mm 단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용자가 3.5mm 케이블로도 충분하긴 하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이 역시 아쉽습니다. 단결정 구리선은 보통의 구리선이나 은도금 구리선에 비해 저역의 성향이 강조되면서 소리가 차분해지는 특성이 있어서 키위이어스 PUNCH가 어떤 소리로 세팅이 되어 있는지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합니다. 499달러짜리 이어폰에서 직물 케이스라.... 하와이언배드보이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도대체 얼마를 삥을....
구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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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이어스 PUNCH는 업계 표준이랄 수 있는 0.78mm 2핀 단자를 가지고 있어서 커스텀 케이블 교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 정도 제품을 구입하는 분들이라면 커스텀 케이블을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으실 테지만 저처럼 기본 케이블로 만족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4.4mm 밸런스 단자가 없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이어팁은 실리콘팁이 3쌍 들어 있습니다. 재질은 상당히 두껍고 튼튼해서 착용감에 문제가 있진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착용감은 편하네요. 이어팁 역시도 사운드 성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사용자에 따라서 다양한 이어팁으로 교체해서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폰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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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이어스 PUNCH의 이어폰에는 한쪽에 총 5개의 유닛이 들어 있습니다. 저역을 담당하는 10mm 직경의 다이나믹 드라이버(DD) 1개, 중역을 담당하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BA) 2개, 고역을 담당하는 정전형 드라이버(EST) 2개가 들어 있습니다. 정전형 드라이버는 역시나 sonion 사의 제품입니다.
3개의 유닛이 각기 다른 영역의 소리를 담당하는 3웨이 방식의 네트워크 구성은 자칫 튜닝을 잘못하면 소리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유닛이 담당하는 주파수 영역 사이에 딥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키위이어스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Hz부터 시작되는 극저역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정전형 드라이버가 얼마나 좋은 초고역대의 소리를 들려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유닛 디자인에 대해서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하아~
소리
포장도, 구성품도, 유닛 디자인도 가격에 걸맞지 않은 키위이어스 PUNCH지만 그럴수록 제품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음질에 몰빵을 해서 자신이 있길래? 그래서 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일단 소리는 전반적으로 저역이 먼저 귀에 들어 옵니다.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묵직합니다. 사운드 전반에 걸쳐 저역의 존재감이 상당한 수준이고, 저역의 깊이, 부피, 타격감에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인 소리를 들려 줍니다. 보컬은 저역에 밀리지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으며, EST에서 담당하는 고역대 역시 저역에 눌려 있긴 하지만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묵직한데도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해상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리의 장점
키위이어스 PUNCH의 장점은 당연하게도 저역이라고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보컬 이상의 중고역대에 있습니다. 저역이 이렇게 두툼하고 펀칭감이 있으면 보컬이 다소 뒤로 물러나서 들리거나 저역에 마스킹이 되어야 했을 텐데 키위이어스 PUNCH는 보컬의 마스킹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저역의 펀칭감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The Drum은 이게 중저역이 맞나 싶을 만큼 저~~~~ 아래에서부터 펑펑펑 하고 때려 주는 저역이 인상깊긴 하지만 그런 저역에 밀리지 않는 보컬 영역의 에너지를 느끼다 보면 '도대체 사운드 세팅을 어떻게 했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극저역 재생 기기로 가장 좋아하는 제품이 드비알레 제미니2와 젠하이저 모멘텀4인데,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확실히 있습니다. 제미니2는 저역이 깊으면서도 펀칭감이 강하고, 보컬이 정위치에서 반 발자국 정도 뒤에 있으면서 전반적으로 악기의 공간감 표현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AAC 코덱임에도 그렇습니다. 반면 모멘텀4는 극저역의 풍성함에 있어서는 그 어떤 기기보다 깊고 넓습니다. 펀칭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저역이 사운드 전체를 휘감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보컬은 상대적으로 저~ 멀리 뒤에 있는데 저역의 부피감 때문에 공간감도 아쉽습니다. 다행히도 키위이어스 PUNCH는 드비알레 제미니2에 더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 줍니다.
키위이어스 PUNCH는 저역만 강한 이어폰이 아니라 전대역에 걸친 사운드 세팅이 상당히 잘 된 제품입니다. 고역 부분을 BA가 아니라 EST가 담당하도록 한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EST 특유의 가볍고 반짝이는 고음 표현이 소리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케이팝데몬헌터스 OST 중 What it sound like의 후렴부분이었습니다. 이 곡은 댄스곡이지만 드럼 사운드가 상당히 강하고, 후렴에 관객들이 원기옥을 모으듯 코러스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 드럼의 패닝 사운드와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부분에서 다른 어떤 이어폰에서도 듣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 줬습니다.
소리의 단점
키위이어스 PUNCH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제품은 모니터링과는 백만 광년 정도 떨어진 제품입니다. 키위이어스 PUNCH로 음악을 모니터링한다? 그러지 마세요. 이 제품은 그냥 음악을 즐겁게 듣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해야지, 이걸 가지고 줄질을 하고 이어팁을 바꿔서까지 모니터링 목적으로 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애초부터 모니터링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닌데 굳이 그럴 목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냥 70만 원으로 다른 모니터링 이어폰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역이 두툼하다 보니 해상력이 다소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딱히 해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저역에 신경이 쓰여서 해상력까지 집중을 하기 어렵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저 '아우 씐나!' 하면서 들으셔야 합니다.
총평
키위이어스 PUNCH는 키위이어스 이어폰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입니다. 그렇다고 제품 포장이나 구성품에서 비싼 값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키위이어스 제품이 그러하듯 매우 저렴해 보이는 제품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499달러, 우리나라에서 70만 원대에 판매를 한다는 건 그만큼 소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키위이어스 PUNCH는 키위이어스 제품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 주느냐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신나는 소리를 들려 주는 건 어쩌면 맞을 것 같습니다. 다른 키위이어스 제품들은 사운드 결이 모니터링 성향에 가까운 편이고, 기껏해야 펀사운드가 추가된 느낌인데 PUNCH는 말 그대로 펀사운드 그 자체입니다.
5Hz부터 시작하는 저역은 깊고 풍성하면서도 펀칭감, 타격감이 있어서 단전에서부터 끌어 올려서 때려 주는 느낌이고, 보컬은 마스킹 거의 없이 저음역에 가리지 않고 반 발 정도 뒤에서 흔들림 없이 들려 줍니다. EST가 담당하는 고역은 EST 특유의 찰랑거림과 반짝거림 덕분에 소리가 하염없이 어두워지지 않고 밸런스를 잘 잡아 주었습니다. 키위이어스, 참 잘 하네요.
소리를 분석적으로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키위이어스 PUNCH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즐겁고 흥겹게, 그리고 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실 내적댄스를 추고 싶으신 분들에게 키위이어스 PUNCH는 적극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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