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ZIIGAAT의 LUNA를 들어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역 혹은 전대역에 걸친 소리를 담당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DD) 없이 상당히 좁은 소리 대역폭에 최적화된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 6개 만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소리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사람인 저는 오랫동안 이어폰은 DD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 왔고, 심지어 삶의 대부분을 DD 하나인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왔기 때문에 BA 만으로도 그런 밸런스를 갖출 수 있다는 것에 꽤나 놀랐고, 인상이 꽤 진하게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회사에서 2개의 DD를 갖추면 어떤 소리를 내 줄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2개의 DD, 5개의 BA를 가진 ARCANIS, 아르카니스를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ZIIGAAT 아르카니스는 어떤 제품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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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IGAAT 아르카니스는 같은 회사의 LUNA와 패키지 구성이 놀랄 만큼 같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트, 속상자, 상자 구성물 등에서 차이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국내 판매 가격 기준으로 50만 원대 제품이 여럿 존재하는 ZIIGAAT은 패키지 구성에서 지나친 원가절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어폰 시장에서 50만 원이 마냥 비싸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보통의 경우라면 50만 원이 절대 낮은 가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품을 열 때 한 번 보고 말 물건이니 이해는 해야겠죠.
제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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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IGAAT 아르카니스의 구성품 중 캐링 케이스는 루나와 차이가 있습니다. 루나는 갈색이고 가로로 긴 모양이었는데 아르카니스는 검은색에 정사각형 모양입니다. 아마도 제품 간의 급 차이를 둔 것 같은데 판매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아르카니스가 $399, 루나가 $379, 호라이즌이 $329로 70불, 루나와는 약 3만원, 호라이즌과는 약 10만 원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르카니스의 구성물이 가장 좋아야 하는데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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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ZIIGAAT 아르카니스의 가격이 다른 ZIIGAAT의 제품들에 비해 비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구성품을 보면 전혀 가격에 맞지가 않습니다. 루나와 호라이즌은 케이블이 3.5mm-4.4mm 단자 교환식이어서 별도의 케이블 교체 없이도 밸런스드 단자에 꽂을 수가 있지만 아르카니스는 3.5mm 전용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음질 향상 및 출력 향상을 위해서 4.4mm 밸런스드 단자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케이블을 구입해야 합니다.
이어팁도 1종류의 실리콘팁 3쌍과 중간 크기의 폼팁 1쌍이 들어 있습니다. 루나가 투명 이어팁과 회색 이어팁이 각 3쌍, 폼팁이 1쌍 들어 있었던 것에 비해서는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아르카니스의 이어팁이 밀착감이나 두께감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고, 귀의 압박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이어팁을 제공하는 건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가죽 케이스는 우그러졌습니다. 좀 속상하네요. 여러 모로.
참고로 가장 저렴한 호라이즌 역시도 구성품은 루나와 같습니다. 이로써 아르카니스는 음질에서 두 제품을 압도해야 하는 사명이 생겨 버렸습니다.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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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IGAAT 아르카니스의 디자인은 상당히 예쁘긴 합니다. 가장 위에 사진을 올려 놓긴 했지만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눈에 띄긴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별개로 디자인이 잘 나오긴 했습니다.
소리
ZIIGAAT 아르카니스는 2개의 DD가 서로 마주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고, 5개의 BA가 중역부터 초고역까지 대역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2개의 DD는 강력하면서도 빠른 응답속도를 갖고, 왜곡이 적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2개의 10mm DD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략 14mm 크기의 단일 DD를 사용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르카니스의 가격이 루나나 호라이즌에 비해 최대 10만 원 정도가 비싼 것은 2개의 DD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D 2개의 완벽한 매칭은 그만큼 어려운 공정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중역부터 소리를 담당하는 5개의 BA는 맑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2개의 DD가 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보컬 영역으로의 마스킹이 비교적 적은 편인 것 역시도 특징적입니다. 물론 완전히 마스킹을 배제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분리도입니다.
소리의 장점
앞서 특징적인 부분에서 언급했지만 2개의 DD가 만들어내는 저역은 꽤 인상적입니다. Queen의 Face it alone 이라는 곡의 첫 도입부에서 제미니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히 깊고 넓은 저역을 힘있는 음압으로 만들어냅니다. 저역이 빈약한 이어폰이나 헤드폰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헛웃음 나게 표현이 되는데 ZIIGAAT 아르카니스는 저역의 사운드에서만큼은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저역은 Alan Walker의 The Drum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중저역에서의 펀칭감이 고막을 직접적으로 때리는 느낌이 날 정도로 빠르고 강력합니다. 단순히 양이 많은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치고 빠지는 느낌이 아주 듣기가 좋습니다.
소리의 단점
상당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설계에 기반한 제품임에도 ZIIGAAT 아르카니스는 몇몇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보컬 영역이 너무 강조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컬에 맞추면 고역이 작게 들리고, 고역에 맞추면 저역과 보컬이 지나치게 커져서 특정 곡에 따라 볼룸을 조절해 가면서 들어야 했습니다. BA도 충분히 좋은 제품을 썼는데 사운드 튜닝을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굳이 보컬 영역을 이렇게 부스팅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로 인해서 전체적인 소리의 스테이징이 상당히 좁고 옹졸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리의 분리도, 즉 해상력은 좋았지만 공간의 분리도, 공간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래서 이어팁을 한 가지만 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팁의 재질이 흐물흐물하면 저역의 힘을 조금 덜어낼 수 있고, 이어팁의 구멍이 조금 넓으면 고역이 보다 많이 뻗어 나와서 전체적인 스테이징 감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는데 하나의 이어팁 만을 제공함으로써 그런 가능성은 아예 차단해 버린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400달러짜리 제품이 말입니다.
총평
ZIIGAAT 아르카니스는 가격대로는 중급기이지만 고급기로 불러도 충분할 만큼의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2개의 DD는 깊고 단단하면서 빠른 응답을 가진 저역을 만들어내며, 5개의 BA는 높은 해상력을 가지고 있어서 소리의 구분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품이 전혀 가격에 걸맞지 않고, 또 그로 인해 소리의 방향성이 하나로 굳어져서 보컬 집중적인 사운드에 변화를 주려면 별도로 이어팁을 구입하거나 헤드폰 앰프를 들여서 음색을 조정하는 등의 별도의 비용이 필요해졌습니다. 사용자에게 별도의 구입을 강제하는 행태는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아르카니스보다 저렴한 루나와 호라이즌에서 제공하는 정도의 이어팁 만이라도 함께 제공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ZIIGAAT 아르카니스는 이미 여러 이어팁을 가지고 있거나 추가로 구입할 의지가 있는 보컬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는 루나 사세요. 저음만 포기하면 루나가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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